“나는 대한민국이 아프다”

남한의 지정학적, 군사적, 경제적 가치 소멸에 따른 패러다임의 전환

신성대 칼럼니스트 | 기사입력 2019/07/16 [19:50]

“나는 대한민국이 아프다”

남한의 지정학적, 군사적, 경제적 가치 소멸에 따른 패러다임의 전환

신성대 칼럼니스트 | 입력 : 2019/07/16 [19:50]

일본의 수출제한조치에 대해 문재인 대통령은 19일 보좌관회의에서 일본이 한국 경제 가로막으면 일본에 더 큰 피해가 갈 것!”이라며 경고 아닌 경고를 보냈다. 아무려나 그랬으면 좋으련만 일본인들은 분명 아직도 사태 파악을 못하고 있군!’이라며 혀를 찰 것이다. 죄송한 말씀이지만 한국에 못 판다고 해서 일본 경제에 눈꼽만큼의 피해가 가는 일은 없다. 한국에 안 팔고 못 팔아도 어차피 그 설비, 재료, 기술들은 대만, 중국, 인도 등 다른 경쟁국들에서 앞 다퉈 사가게 되어 있다.

 

북한도 이제는 그토록 바라던 미국과의 직접 대화 통로를 열었다. 더 이상 남한이 필요 없어졌다. 중재자든 중매자든 일 끝났으면 내치는 것은 당연지사! 촉진자? 시건방진 소리 그만하고 입 다물란다. 남북한 정상 평화 쇼를 벌리는 중에 남한의 동북아 전략적 효용이 졸지에 사라져버렸다. 개밥에 도토리 신세다. 작금의 사태가 일본 아베 개인의 감정 내지는 선거전략의 일환이라고 생각하는가? 미국의 힘이라고 생각해본 적은 없는가? 전 세계가 암묵적으로 동의하고 있다고 여겨지지 않는가? 명색이 동맹국인데 미국은 직접 나서서 그런 일을 해내고 싶진 않을 게다. 헌데 한일 관계가 용케 딱 맞아 떨어진 거다. 물론 남한정권이 스스로 자초한 일이긴 하지만!

 

한국전쟁에서 수많은 군인들을 희생시켜가며 구해줬더니 제대로 고맙다는 인사는커녕 이제는 대놓고 그때 미국이 개입 안했으면 통일이 되었을 텐데!” 라며 분단의 원흉으로 여겨 배신 때리기를 서슴지 않고 있다. 앞에서는 동맹이라고 떠벌리고 뒤로는 북한 대변인 노릇하는 것을 언제까지 못 본 척 해줄까? 일부 노쇠한 보수들이 태극기와 성조기를 흔들어대지만 그것도 잠시 그들이 가고나면 남한이 어떻게 나올지는 불 보듯 빤한 일!

 

그런 상황을 미리 내다보고 대안적 전략을 구사하지 못한다면 미국을 누가 강대국이라 하겠는가? 지난 날 일본은 간에 바람이 들어 미국에 대고 ‘No!라고 할 수 있는 일본인이라며 배신 때리다가 20년을 잃어버렸었다. 이번엔 한국을 손 볼 차례가 된 건가? 굳이 직접 나설 필요도 없게 상황이 묘하게 만들어졌다. 미국은 그저 걱정해주는 척 시늉만 하고 있으면 된다. 일본 언론에선 벌써 한국이 미국에 울며 매달려 중재해달란다지 않은가? 또 빈손으로? 맨입에? 이제부턴 그런 일 없다!

 

▲ [연합뉴스] 文대통령, 굳은 표정 속 對日 직접 ‘경고’…“역사역행” 정면비판. 문재인 대통령이 15일 오후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일본의 대(對) 한국 수출규제와 관련한 발언을 하고 있다. 역사역행은 기실 누가 했던가? 이런 중차대한 국가간 문제를 고작 보좌관 들을 모아놓고 성토할 것이 아니라. 기자회견을 열어 넥타이 매고 혼자 당당히 나서서 정식으로 일본 정부에 요청하거나 특사를 보냈어야 하지 않을까? 그도 아니면 김정은처럼 아름다운 편지라도 보내던지! 



남한 길들이기에 나선 美日

 

미국이나 일본이나 과거 냉전시대의 관성으로 공산세력을 견제하기 위해 남한의 경제발전을 중요하게 여겼었다. 해서 군사력 못지않게 기술, 자본, 외교 등 전 분야에서 적극적으로 남한을 도운 건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특히 일본은 과거의 원죄 때문에 남한을 도와주고도 욕먹고 조롱당하는 일을 수없이 참아왔다. 그나마 일본엔 지성이 살아있어 가능한 일이었다. 그럼에도 외세 트라우마에서 벗어나지 못한 남한 사람들은 습관적으로 미국, 중국, 일본에 자를 붙이기를 서슴지 않았다.

 

한데 이제 세상이 바뀌었다. 미중 간의 전선이 점점 확대 심화되고 있지만 그 와중에 남한이 어정쩡한 자세를 취하는 바람에 그만 우방국의 신뢰를 잃어가고 있다. 역사의 관성에 따라 친중국으로 되돌아가고 있는가 하면 북한의 사실상 핵 보유로 인해 남한의 군사력과 경제력의 전략적 가치는 거의 무용지물이 되어버렸다. 그러니 더 이상 한국의 경제성장이 미국이나 일본에 중요하지 않게 되었다. 오히려 북한이 핵을 가짐으로써 명실상부한 동북아의 균형자가 되고 말았다. 미국 트럼프 대통령이 판문점에서 김정은을 만나 백악관으로 초청한 건 그걸 공인해준 거다. 골치 아픈 남한 재개발보다는 북한 신도시 건설이 훨씬 구미가 당기는 거다.

 

세계경영 아무나 못하는 이유

 

우리 민족은 세계경영을 해본 적이 없다. 실은 중국도 세계경영 해본 적이 없다. 고작 주변 오랑캐 나라 달래고 이간질시키는 것밖에는! 몽고제국이 있지 않느냐고? 천만에 수나라, 요나라, 금나라, 원나라, 청나라는 한족이 세운 왕조가 아니었다. 그건 식민왕조였다. 한국은 일본의 36년 식민 지배를 원통해하며 족보 고치듯 그 사실을 지우고 싶어 안달이지만 한족과 오랑캐왕조가 교대로 다스렸던 중국은 그걸 피식민지배 역사라 하지 않는다. 그 오랑캐들 중 유일하게 한민족만이 중국 지배는 고사하고 풀뿌리로 연명할지언정 백성들이 굶어 죽어나가도 저 넓은 대륙에 건너가 쌀 한 톨도 노략질 한 번 못해봤다. 중국이 소수민족 한족을 만주에 그냥 두는 것도 그 때문이다.

 

고기도 먹어 본 놈이 먹는다는 속담이 있다. 세계경영 아무나 하는 것 아니다. 가령 중국이 항모를 열심히 만들고 있지만 그 전술체계를 제대로 갖추려면 앞으로도 수십 년, 반세기는 족히 훈련하고 실전 경험 쌓아야 한다. 일대일로? 공자학당? 그런 하드웨어적 발상과 구시대적 착각으로 세계를 경영하겠다는 건 아직 세계경영이 뭔지조차 모른다는 거다.

 

영국이나 미국, 그러니까 해양세력은 사고가 유연해서 근현대에 주도적으로 제국주의시대를 이끌며 세계를 경영했었다. 그리고 그 제국주의 시대가 끝났음에도 영국은 아직도 많은 영연방 국가들을 이끌고 있다. 그에 비해 프랑스나 독일 같은 나라는? 대륙기질로는 세계경영 못한다. 중국 역시 대굴국기니 도광양회니 떠들지만 세계경영은 언감생심이다.

 

미국은 이미 반세기 이상 세계경영에서 실패도 하고 성공도 하면서 다양한 전략전술적 노하우를 축척해왔다. 큰 놈, 작은 놈. 때릴 놈은 때리고, 달랠 놈은 달래고 내버려 둘 놈은 내버려 둔다. 때로는 직접 때리지만 때로는 가지고 놀다가 정치적으로 이용하는가 하면, 때로는 보이지 않는 손으로 조종해서 옆에 놈을 부추겨 패기도 한다. 이번에 북한 핵을 빙자해서 남한 좌파를 눌러놓고 일본을 부추겨 남한 정권을 때리는 것이 그렇다. 한미동맹은 굳건하다며 만면에 그윽한 미소를 띠고서! 일본, 남한, 북한은 결국 부처님 손 안의 손오공, 사오정, 저팔계일 뿐이다.

 

어차피 김정은이 핵을 가져봐야 동북아의 위협이지 미국의 위협이 될 수는 없다. 강 건너 어린애 장난감에 불과한 거다. 그러니 차라리 김정은을 다독거려 동북아의 긴장을 유지시켜 미국의 영향력을 증대시키는 게 백번 낫다는 생각일 것이다. 애초에 6자회담 만들어 북한 핵개발하게 만든 게 누구였던가? 그 영변원자로 건설비는 누가 댔던가? 세계를 경영하는 미국이 설마 뒷일을 예상 못했겠는가? 말로는 북핵 완전폐기를 떠벌이지만 본심은 절대 그게 아닐 것이다. 어떻게 만든 건데? 그걸 폐기해서 미국에 덕 될 게 뭐가 있겠나? 주한미군에 위협? 세계 경찰? 한반도 평화? 다 웃기는 소리다. 세계경영 못 해본 약소국에서나 하는 소리다.

 

남한은 어디로 가야 하는가?

 

핵무기만한 평화의 무기가 어디 또 있던가? 어쨌든 한반도에 평화가 왔다. 허나 그건 봄이 아니라 겨울의 시작이다. 북미 직통 때문에 당장 한국의 역할이 없어졌다. 그동안 남한에 대해서 우호적인 태도를 보였던 일본의 지성들도 이제는 신물이 났다. 더 이상 남한의 어리광, 생떼, 무례를 봐줄 수가 없다.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싶어도 이제는 명분조차 없다. 차라리 이번 기회에 한국과의 관계를 냉정하게 청산해서 재정립하고자 칼을 뽑았다. 아베식 적폐청산이라 하겠다. 해서 아베를 심정적으로 동조해서 방관하고 있는 것이리라. 주군이 결정하면 무조건 따르는 게 일본정신! 당연히 미국의 동의가 없었다면 있을 수 없는 일이겠다.

 

대국의 세계전략 시나리오가 하루아침에 만들어진 것도 아니고 한국같이 조삼모사로 바꾸지도 않는다. 이미 실행에 들어갔을 때에는 중지시킬 수도 없을뿐더러 방향전환도 쉽지 않다. 어차피 남한은 길들이기의 대가를 치를 수밖에 없다. 그러니 남은 건 그 강도와 시기를 줄이는 길밖에 없다. 20년 혹은 30? 어쩌면 반세기? 그러니 당장 진보니 보수니 따지지 말고 미국과 조금이라도 연결되는 인맥을 총동원해서 미국의 상하원 의원들 한 명씩 붙들고 설득해나가야 한다. 특히 키신저 전 국무장관을 비롯한 미국을 움직이는 브레인들을 설득 못하면 남한의 미래는 없다.(대한민국이라는 국가명을 사용하기조차 부끄러운 날이 올 것이기에 미리 남한이라고만 썼다.)

 

지성의 종말과 애국 선동질

 

중국한테 뺨 맞고, 북한한테 조롱당하고, 이제 일본한테서까지? 감히 일본이 우리를 어쩌겠어? 설마 미국이 방관하겠어? 언제까지 징징대고 생떼 써도 되는 줄 아는 남한 사람들. 콩 두 알이면 귀를 막을 수 있고, 작은 나뭇잎 두 장이면 눈을 가릴 수 있다. ‘세월호처럼 나라가 급격히 기울어가고 있건만 선장은 괜찮다며 계속 선실에서 대기하란다. 문대통령이 연일 일본에 경고를 해대지만 말 그대로 무데뽀[無鐵砲]! 작은 여객선이 항공모함보고 비키라고 하는 꼴이다. 정치권과 시민단체들이 여기저기 떼 지어 성토해대며 애국심을 자랑해보지만 그럴수록 초라해지기만 한다. 애국심은 감성이지 이성이 아니다. 힘도 논리도 부족하다. 그동안 우리가 얼마나 세상 물정 모르고 설쳐댔는지를 확인시켜 줄 뿐이다. 이젠 제발 좀 솔직해지자!

 

선진국이라고 좌파가 없던가? 왜 아직도 건재하고 그런 나라가 망하지 않는가? 지성의 문제다. 좌파든 우파든 지성이 있으면 썩지 않는다. 필리핀이나 남미의 좌파가 나라 망친 것은 지성이 없었기 때문이다. 근자에 나라꼴이 하루가 다르게 추악스러워지자 많은 이들의 지성의 몰락을 한탄하고 있다. 마치 언제는 우리가 지성을 가져본 적이 있었던 것처럼! 그나마 어른스러워 보이든 분들이 가고나니 정상에 오르는 자들마다 모조리 추하게 추락하고 있다. 하여 누구도 비틀대는 선장을 말리지 않는다. 매너 없는 시민, 글로벌 왕따 된 지도자, 북한 인권엔 입 다문 비겁한 지식인들. 어느 나라에서도 남한을 역성들어주지 않는다. 과거로 숨어들어가는 민족에게 무슨 미래가 있겠는가? 중구난방, 고립무원이란 이럴 때 쓰라고 만든 말인가는 보다.

 

그렇다 해도 멀리 보면 이번(실은 앞으로 벌어질) 일로 인해 한국인들의 우물안 세계관이 열리는 부수적인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 걸 역사의 교훈이라고들 한다던가? 어쨌든 지성이 없으니 스스로는 각성할 수도 없고 개혁이니, 청산이니 제아무리 해본들 그 독에 그 된장! 다시 한 번 외세에 의한 국민 대개조! 뼈를 깎는 고통이 따르겠지만 제발 하루라도 빨리 된장독을 깨고 나왔으면 싶다. 어차피 이 민족이 한번은 겪어야 될 일! 강철은 두드릴수록 강해지고 역사는 피를 바쳐야 위대해진다. 그런 의미에서 난 이번 무능한 정권을 비난하고 싶지 않다. 북한 김정은도 그렇다. 아베도, 트럼프도! 이게 이 민족의 숙명인 것을! 새야! 새야! 파랑새야! 나는 대한민국이 아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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